꽃&나무 마을

접시꽃 당신

조진사 2012. 6. 14. 16:48

도종환님의 접시꽃 당신은 너무나도 잘 아시겠죠.

도종환님은 워낙에 유명하신 분이니 달리 설명을 안드리겠습니다.

 시꽃 당신

종환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 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악한 얼굴 한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 들여야 할
남은 하루하루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 들여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것 없는 눈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 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 가는 노랑꽃 핀 얼굴 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 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촉규화(蜀葵花).덕두화.접중화.촉계화· 단오금 등의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꽃이죠.

특히 이 흰꽃은 약용으로도 많이 쓰이는데, 특히 여성 관련 불임,출산등에 관련된 내용이 있습니다만,

이곳에 소개 드리기는 좀 위험스러운 사항이라 그냥 넘어가려 합니다.  

이 꽃 역시 약재로 이용되고, 흰 꽃은 좀 귀한편인가 봅니다.

그러다 보니 뿌리째 캐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군요.

꽃속에 또 꽃이 있는듯하죠. 올해는 씨를 받아 두었다 집앞 길옆에 잔뜩 심어보려 합니다.

올해는 해바라기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어서.....

우리마을 어르신들은 이꽃을 으승화라 부르시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