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이야기

상수리(도토리) 녹말 만들기

조진사 2012. 10. 20. 13:58

 

전번에 상수리를 주워다 까서 물에 담그어 두었으니 이제 녹말을 만들어야겠죠.

껍질을 벗긴 상수리는 약 이틀에서 사일정도 물에 담그어 혹 썩은것은 물에 뜨니 골라내고 불려서 갈아야 잘 갈립니다.

예전엔 맷돌을 가지고 갈았지만 요즘은 전기맷돌이 있으니 아주 편합니다.

잠깐이면 한말 정도는 쉽게 갈아 치웁니다. 갈아낼때는 물 호스를 연결해서 계속적으로 물 공급을 해 주어야 잘 갈리네요.

맷돌에 갈려서 나온 상태입니다. 이젠 상수리의 본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죠.

여러 단계를 거처야 하기에 양이 많은 경우는 큰 그릇(함지박)이 여러개 준비되어 있어야만 합니다.

물론 나무로 만들어진 채다리(챗다리)도 필수적으로 있어야 합니다.

예전엔 채다리를 ㅅ 자 모양의 큰 나무를 이용하여 만들어 사용 했지만 요즘은 그림에서 보시는 것처럼 나무를 엮어서 만들면 가볍기도 하고 안전성도 있네요.

전 싸리나무 몇년 묵은 굵은 놈들을 잘라다 껍질 벗겨내고 말려서 두개를 엮었습니다.

그랬더니 동네 것이 되고 말았네요. 채다리 쓸 일만 있으면 빌리러 옵니다. 올해 이 챗다리가 아주 큰일 했네요. 동네 도토리 작업엔 의례 빌리러 옵니다.

이것이 시골 인심이죠.

커다란 프라스틱 바구니(구멍이 뚤린 바구니)에 고운 천을 붙여서 잘 갈려진 상수리를 담고는 바가지 큰 걸로 물을 퍼부어 댑니다.

그냥 물만 부으면 제대로 물이 안 빠집니다. 물을 담긴 것을 손으로 계속 저어주면 거친 것만 남고 고운 녹말가루는 밑으로 빠지게 됩니다. 

몇번을 반복하면 이렇게 거친 것만 남습니다.

그러면 다른 그릇으로 옮겨 다시 2차 걸름작업을 물을 퍼 부어가며  맑은 물이 나올 때 까지 걸러냅니다.

이렇게 찌꺼기가 남습니다. 이건 버려야겠죠.

어느 한곳에 모아 두었다 텃밭에 밑거름으로 사용하면 아주 훌륭한 거름이 됩니다.

1차, 2차에 걸쳐 걸러낸 물에는 녹말이 그대로 풀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아직 찌꺼기로 걸러내야 할 것도 많이 섞여 있는 상태 인지라 한번더 걸러 내야 합니다.

이번에는 1,2 차 걸름때보다 더 고운 천으로 걸러냅니다.

그냥 부어 주기만 하면 일반 그릇에 물을 담아놓은 것처럼 그대로 있으니 손을 넣어 계속 저어 주어야 물이 내려갑니다.

이 공정이 제일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이 들더군요. 물론 물을 퍼 붓는 일 또한 아주 힘든 일입니다.

해보지 않은 이들은 그냥 물호스를 대고하면 되지 않느냐? 하지만 그런 정도의 물로는 제대로 걸러지지 않는다는 걸 꼭 알아야 합니다.

절대로 호스에서 나오는 물 정도로는 말 같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셔야 겠네요.

3 차 걸름까지 마친 상태입니다.

이 상태를 녹말이 가라앉도록 해 주어야 하는데, 그대로 두면 잘 가라 앉지 않습니다. 쉽게 생각해서 걸직하면 더 잘 가라 앉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큰

오산입니다.

가능한 물이 많아야 빨리 잘 가라 앉습니다. 해서 여러그릇에 적당히 나누어 담고 물을 많이 보충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그릇이 커야 좋겠죠.

그런 후 만 하루정도 그대로 놓아두면 녹말이 밑으로 가라앉게 됩니다.

하루를 보낸후 그릇이 흔들리지 않게 하여 그대로 물을 쏟아냅니다.

그릇이 흔들린 상태에서 물을 쏟아내면 잠긴 녹말이 흔들려 물에 섞여 빠져나가게 되겠죠.

제대로 가라앉지 않았으면 물을 따를때 알 수 있습니다. 흰녹말이 보이니........

이렇게 최대한 물을 딸아 냅니다.

그릇이 여러개가 되니 관리하기가 힘들겠죠.  가라 앉은 녹말을 한 그릇으로 모아야 하는데 모으는 과정에서 물을 또 사용하게 되죠.

그러다 보면 모아진 그릇에 또 물이 많이 고이게 됩니다. 그 상태에다 물을 좀더 추가해서 또 하루만 두었다 위에 방법처럼 물을 바짝 딸아냅니다.

그러면 이렇게 되겠죠. 이제 햇빛에 말려야 합니다.

요즘 햇빛이 좋아 아주 잘 마르더군요.

햇빛이 좋지 않아(비가 올떄) 쉽게 마르지 않을때는 차라리 물속에 담겨 있도록 두었다가 햇빛이 좋을때 말려야 합니다.

마르지 않은 상태로 오래두면 쉽게 상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힘들게 만들어서 마지막 관리가 잘못되면 도로아미타불이 아니겠습니까?

하루가 지나니 조금 남아 있던 물기가 거의 말라갑니다.

이러기 까지는 그릇을 햇빛 방향을 기울여 가며 계속 돌려 주어야 잘 마르겠죠.

한마디로 하루종일 해바라기를 해야 한다는거죠.

이틀이 지나니 물기가 말라 이렇게 덩어리가 되었습니다.

검게된 부분은 이상이 있는게 아닙니다. 그냥 그대로 부수면 아주 잘 부수어 집니다.

분말이 되는거죠. 잘 마르면 마를수록 잘 부수어 지겠죠. 부술때 먼지 같이 푹푹 일어납니다. 이것이 녹말 가루이니 날리지 않게 잘 부수어야죠.

1차로 부순 상태입니다. 깨끗한 비닐에 넓게 펴서 더 말려야 합니다.

바람이 불면 분말이 모두 날아가니 바람이 불지않는 장소에 말려야 합니다. 가능하면 실내에서 말리는 것이 좋겠죠.

하루를 말린 후.......

이제 완전하게 부수어 습기가 전혀 없도록 말려야 장기간 보관해도 아무 문제가 없겠죠.

우리 방에 불좀 넣고 따듯한 바닥에서 만 이틀을 말렸네요.

습기가 남아 있는지 여부는 녹말 일부에 비닐을 조금 덮어 놓아 보아서 비닐에 습기가 차면 더 말려야겠죠.

이제 잎이 큰 병이나 비닐에 담아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잘 밀봉해 두면 2, 3년 두어도 아무 문제 없네요.

울 집엔 3년된 녹말도 아직 생생합니다.

이제 묵 먹을 일만 남았습니다. 아! 도토리 묵.............

 

녹말만들기 후기 :

이번 작업에 작은 어머님댁 것과 우리 것을 합쳐 약 1가마 정도 작업을 했네요. 아직 또 해야 할 것도 조금 남아있긴 하지만.....

많으나 적으나 과정은 마찬가지니 또 한번 고생 좀 해야 할듯 합니다.

이제 다시는 상수리 녹말 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도토리녹말이 울동네에선 한식대(?)에 3 만원 이라 하네요.  3 만원 아니! 30 만원이 된다해도 다시는 할 일이 아니더군요.

식대라는 단위가 도대체 어느정도인지 감이 오지 않아 저울에 달아 보았습니다. 꼭 700그램이더군요.

저는 현재까지 끝낸 녹말을 달아보니 13,8kg이더군요. 700그램에 3만원이면........ 비밀입니다. 세금때려 맞을까봐. 

이건 먹을 수 있을까요? 어디 가셔서 진짜 도토리 묵이라면 비싸다 하지 마시고 맛있게들 드세요.

 

상수리 껍질까기 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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